UPDATED. 2020-08-07 19:42 (금)
자산 아닌데 의무만 있다? 암호화폐 과세의 딜레마
자산 아닌데 의무만 있다? 암호화폐 과세의 딜레마
  • 정민아 기자
  • 승인 2020.07.07 11:01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금법 개정, 암호화폐 과세방안 추진... 금융자산 인정 가능할까
세금은 양도소득세, 기타소득세 중 부과될 듯
시장 불안 여전, 달라진 국제 기조에 발맞춘 현실적인 정책 필요

[도시경제] 정부의 암호화폐(가상화폐) 과세 방안이 이 달 말 발표된다. 6월 23일에는 국내 대표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가 신규 회원에 대한 원화 입출금 서비스를 재개했다. 2년 반 만에 업비트 신규계좌가 열린 것이다. 암호화폐의 제도화 진입이 시작된 것일까? 암호화폐 시장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박상기의 난’ 비트코인 광풍을 진압하다

2017년 겨울, 최고의 화제는 단연 암호화폐였다. 2009년 처음 채굴이 시작된 최초의 암호화폐이자 대표격인 비트코인은 2017년 초 100만 원대 초반에 거래됐지만, 8월에는 500만 원을 돌파했고 그해 12월에는 무려 2,500만 원(업비트 기준) 가까이 치솟았다.

저금리 시대 은행 예·적금은 사실상 투자 가치를 잃어버린 지 오래고,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로 1년 사이 25배의 수익을 올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투자처를 찾던 사람들에게 암호화폐 시장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비트코인의 인기를 타고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모든 암호화폐의 통칭)까지 대중적으로 알려졌다. 방송뿐 아니라 주변에서도 “비트코인에 투자해 몇억을 벌었다더라”, “어떤 알트코인이 며칠 만에 시세가 두 배가 됐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고, 암호화폐의 존재를 알고 있던 사람들은 초창기에 투자하지 못한 것을 땅을 치며 후회했다.

출처: 픽사베이(Pixabay)
출처: 픽사베이(Pixabay)

전문가들까지 가세해 비트코인 시장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며 ‘연말 시세 5,000만 원’, ‘1억 돌파 시점’ 등 장밋빛 예측을 쏟아냈고, 암호화폐는 개발이 이뤄지기 전 ‘1960년대 압구정 땅’에 비유되기도 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이 거래량과 점유율에서 세계 1·2위를 차지할 만큼 대한민국에 불어온 비트코인 광풍은 세계 시장까지 영향을 미쳤다.

비이성적인 투기 과열 현상과 사기 피해 등 각종 부작용이 발생하자 정부는 2017년 12월, 은행 거래자금 입출금 과정에서 본인 인증 의무화, 미성년자와 비거주자(외국인) 거래 전면 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암호화폐 긴급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가 막히고 국내 암호화폐 시장이 고립되면서 국내 시세와 해외 시세의 격차가 더욱 크게 벌어지기 시작했다. 소위 ‘김프(김치 프리미엄)’로 국내 시세가 해외보다 50% 이상 높아지는 현상이 발생했고, 2018년 1월 6일에는 국내 비트코인 시세가 해외 시세와 별개로 2,880만 원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2018년 1월 11일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은 “가상화폐 거래가 과거 바다이야기와 같이 도박 투기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라면서 거래소 폐지를 위한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국내 언론에서 주로 사용하는 ‘가상화폐’라는 단어도 정확하지 않은 표현이라며 ‘가상징표’ 정도가 적당하다며 부정적인 시각을 그대로 드러냈다.

마침 조정 조짐을 보이던 비트코인 시세는 박 전 장관의 발언 직후 순간적으로 1,410만 원까지 폭락했으며, 이날 하루 동안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에서 100조 원 가까운 금액이 증발했다. 이때를 기점으로 비트코인 시세는 급락하며 최고가 2,880만 원을 기록한 지 딱 한 달 후인 2018년 2월 6일 무려 662만 원까지 떨어졌다.

 

도박·투기·불법... 과세보다 아픈 프레임

정부가 강경한 입장을 보이자 대부분의 은행은 암호화폐 거래소에 신규 회원에 대한 원화 입출금 계좌발급을 중단했다. 이들 은행과 제휴를 맺은 거래소는 사실상 신규 거래자의 유입이 금지된 것이다. 기존 투자자들도 2018년 1월을 ‘악몽’으로 기억하며 대다수가 엄청난 손실을 안고 시장을 떠났다. 그렇게 비트코인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그 뒤 박 전 장관의 발언처럼 실제로 암호화폐 거래소가 폐지되고 거래가 금지된 것은 아니다. 사기 혐의가 있는 거래소의 검찰 조사가 있었고, 정부의 잇따른 규제로 신규 거래가 가능한 거래소에서는 특정 은행에서만 원화 입출금이 가능하거나 원화 입금 시 유예 기간을 두는 등의 변화가 생겼을 뿐이다.

지난해 11월에는 국세청이 빗썸에 외국인 고객들의 지난 5년간 거래 소득에 대한 803억 원(지방세 포함) 상당의 세금이 부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혼란이 야기되었다. 과세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자산으로 간주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내 투자자에게도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2017년부터 현재까지 비트코인에 투자해 오고 있다는 김성민 씨(가명, 44세, 개인 사업체 운영)는 세금을 내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형평성에 맞게 타당한 근거로 부과된다면 납세의 의무는 당연"하다면서도 “암호화폐가 금융자산으로 인정되는지 먼저 알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암호화폐는 도박이고 사기라서 거래소를 폐지한다는 것은 어떻게 되었냐”면서 “거래소 폐지를 외치다가 아무런 설명도 없이 과세를 위해 입장을 바꾸는 정부가 합리적인 세율을 적용할 것이라고 신뢰가 가지 않는다”며 과세보다는 세율 산정에 불안함을 드러냈다.

최태범 씨가 보여준 2017년 당시 SBS 뉴스 화면 (출처: SBS 뉴스 방송 화면 캡처)
최태범 씨가 보여준 2017년 당시 SBS 뉴스 화면. (출처: SBS 뉴스 방송 화면 캡처)

최태범 씨(가명, 28세, 회사원)는 아직도 2017년 당시 SBS 뉴스 화면을 휴대폰에 저장하고 있었다. “차트 모양에 맞춰 그림을 그리는 것은 당시 투자자들 사이에 유행하던 놀이었다. 누구나 장난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공중파 방송에서 이런 그림까지 악용하여 묻지마 투자를 한다며 암호화폐 투자자들을 비난한 이유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또한, 최 씨는 “2017년 연말 암호화폐 시장이 과열되고 '김프'가 심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실상 지키지 못할 거래소 폐쇄 등 시장을 뒤흔들 발언을 하는 것은 타당한가”라고 반문하며 “박상기 전 장관의 발언으로 수많은 사람이 엄청난 피해를 봤고 세계를 주도하던 한국 암호화폐 시장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과세에 앞서 누군가는 책임을 지든 사과를 하든 설명부터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도소득세? 기타소득세? 아니면 거래세?

정부에 대한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불신과 감정의 골이 깊지만, 일단 과세를 반기는 이유는 ‘가상자산 과세’를 제도권 진입과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의 발표는 암호화폐를 ‘가상자산’으로서 새로운 과세 대상으로 규정하는 것일 뿐, 암호화폐를 제도권 내 금융상품으로 인정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뇌물이나 도박, 불법적인 사업에 대해서도 소득이 발생하면 과세가 가능하기에 세금 부과로 암호화폐에 대한 정부의 부정적인 인식이 바뀌었다고 보기도 힘들다. 거듭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금융 당국의 ‘과세 의지’ 뿐이다.

지난 6월 21일 기획재정부는 이번 달 말에 발표될 ‘2021년도 세법개정안’에 암호화폐 거래로 발생한 이익에 세금을 물리는 ‘가상자산 과세’를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과세 방식은 주식 거래 시 생기는 차익에 세금 20%를 부과하는 양도소득세로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된다. 지난 3월 국회에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이 통과하면서 암호화폐 이용자별 거래 내역과 거래 차익 등을 파악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암호화폐의 기준시가를 산정하여 차익을 계산해야 한다. 시세 변동이 큰 암호화폐의 특성상 기준시가 선정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납세자가 해외 거래소를 통해 거래했을 경우에는 세무 당국이 거래 내역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는 단점도 있다.

올해 초 정부가 암호화폐 과세방안 총괄 부서를 재산세제과(양도소득세 담당)에서 소득세제과(기타소득세 담당)로 바꿨다는 점을 근거로 기타소득세가 부과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기타소득으로 분류할 경우에는 종합소득에 해당하기 때문에 가상자산 거래로 얻은 이득은 사업 소득이나 배당·연금 등의 다른 기타소득과 합산해 연 1회 일괄 과세한다. 국세청이 빗썸에 적용한 것이 기타소득세인데, 외국인 이용자들에게 손익에 상관없이 출금액 전체에 기타소득세 22%(소득세 20%, 주민세 2%)를 매겨 논란이 되었다. 예를 들어 1천만 원을 암호화폐에 투자했다가 가격이 폭락하여 900만 원의 손실을 보고 남은 100만 원을 출금했다고 해도 이 100만 원을 기타소득으로 보고 과세한 것이다.

해외의 경우 조세 기준과 세부 지침 등을 마련하고 투자자들의 거래정보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몇 년의 시간이 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세수 감소로 암호화폐 과세를 성급하게 진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이 때문에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보다는 일단 거래세를 먼저 도입한 후 차후에 양도소득세나 기타소득세로 전환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도 등장했다.

사람이 없는 시내 한 암호화폐 거래소의 모습 (출처: 도시경제신문DB)
사람이 없는 시내 한 암호화폐 거래소의 모습 (출처: 도시경제신문DB)

 

과세도 규제도 투자도 발 빠른 세계 암호화폐 시장

2017년 말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강경 대응을 발표할 때부터 정부는 과세 방침을 밝혀 왔다. 당시에도 암호화폐가 자산도 화폐도 아닌 ‘가상징표’에 불과하다면서 세금을 걷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답답한 투자자들이 직접 관계 부서 이곳저곳에 전화로 문의를 했지만, 과세 근거나 관련법에 대한 설명을 듣는 대신 담당자들이 암호화폐가 뭔지 조차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사실만 확인했다는 황당한 일화도 있었다.

그로부터 2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무엇이 달라졌는가. 여전히 제대로 결정된 것이 없어서 암호화폐 과세 이슈에는 정부가 암호화폐에 대한 명확한 해석과 관리 방안부터 내놔야 한다는 진단이 따라붙는다. 부실 거래소와 해킹 문제, 코인 사기 업체 등 ‘비트코인 광풍’이 불던 당시부터 지적되었던 부작용으로부터 투자자들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장치는 지금도 없다.

내년 3월 특금법이 시행되면 암호화폐, 가상화폐 등의 용어는 ‘가상자산’으로 통일된다. 이제야 암호화폐를 지칭하는 공식적인 명칭이 결정된 것이다. 늦어도 너무 늦다.

그동안 미국과 호주, 일본 등 암호화폐 시장이 활성화된 대부분의 국가는 암호화폐 과세에 대한 논의를 끝내고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익명성 보장에 따른 범죄자금, 탈세 등에 ‘검은돈’으로 악용될 여지를 줄이기 위해 제도권에 편입 시켜 관리할 수 있도록 규제 기준이 신속하게 만들어졌다.

미국의 경우 암호화폐가 기축통화인 달러의 자리를 위협한다는 판단이 들 때는 규제에 적극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페이스북이 발행한다고 밝힌 암호화폐 리브라(Libra)의 발행을 잠정 중단시킨 것이다. 기관 투자자들의 시장 참여도 눈에 띈다. 지난해에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모회사 인터콘티넨털익스체인지(ICE)가 만든 암호화폐 플랫폼 ‘백트(Bakkt)’가 비트코인 선물 상품을 출시했다. 피델리티, 골드만삭스 등도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 시장에 진입 의사를 밝혔다.

중국은 암호화폐 거래소를 인허가제로 바꿔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한편, 기술 회사에 대거 투자해 기술 격차를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인공지능(AI)·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 등 첨단산업과 융합을 통한 블록체인기술 산업의 혁신 발전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빠르면 올 상반기 중에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내놓을 것을 공식화했다.

지난해 7월 국내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리브라 청문회를 관심 있게 지켜봤다. 그들이 부러워한 것은 암호화폐의 효용과 부작용에 대해 금융 당국과 기업 간에 열띤 논쟁이 가능할 만큼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높다는 것이었다.

국내 암호화폐 시장은 불법, 도박 등의 오명을 쓴 채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합법도 불법도 아닌 상태로 방치되어 왔다. 시장 정상화와 암호화폐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해 급한 것은 과세도, 과세를 위한 법률 개정도 아닐 것이다.

[도시경제신문=정민아 기자] sturzregen@gmail.com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김성민 2020-07-18 22:11:46
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