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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증시 주도 세력으로 부상한 ‘청년 개미’
세계 증시 주도 세력으로 부상한 ‘청년 개미’
  • 정민아 기자
  • 승인 2020.07.28 12: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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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대폭락’에 등장한 젊은 투자자 행렬
고위험 종목, 집중 매수··· 시장 흐름에도 영향
자산 증식의 기회, ‘대박주’ 좇는다

[도시경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되면서 재택근무가 일상이 되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신규 투자자가 주식거래 플랫폼에 익숙해질 시간을 제공했고, 코로나19로 인한 폭락 후 반등은 주식 시장에 진출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로 여겨지며 젊은 층을 끌어당기고 있다. 전 세계 청년층의 주식 수요가 급증하면서 글로벌 증시는 코로나 쇼크의 회복을 넘어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바야흐로 청년 개미 전성시대. 이들의 활약은 계속될까.

 

밀레니얼 세대 주식 시장에 뛰어들다

코로나19로 실물 경제가 휘청이고 있지만 글로벌 주식 시장은 여전히 뜨겁다. 증시 과열 양상은 무엇보다 풍부해진 유동성의 영향이다. 각국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저금리를 유지하고 돈을 풀자 자금이 증시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유동성이 늘어나면서 기관들의 접근성이 높은 주식 시장이 가장 먼저 반응했다고 볼 수 있지만, 눈에 띄는 것은 증가한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다. 국내 증시 거래에서 개인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달 늘고 있는데,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월에는 전체 거래대금(코스피·코스닥·코넥스 시장 합계)에서 약 80%를 차지했다. 지난 1월 65.3%에 비하면 10% 이상 증가한 것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6/24 기준) 약 275만 개의 주식 활동계좌가 늘어나 2009년 이후 신규 투자자가 가장 많이 유입됐다. 코로나19가 유발한 주식 폭락 사태를 돈을 벌 기회로 보고 너도나도 주식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지난 3월 팬데믹 대폭락 때 대장주 삼성전자를 집중적으로 저가 매수하며 등장한 ‘동학개미’들은 지금까지 외국인이 팔아치운 주식을 사들이며 국내 증시를 떠받치고 있다.

출처: 코로나19 위기와 최근 주식투자 수요 증가에 대한 소고(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출처: 코로나19 위기와 최근 주식투자 수요 증가에 대한 소고(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개인 투자자는 연초 이후 지금까지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총 40조6,981억 원을 순매수하며 기록적인 매수세를 유지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를 가리키는 말)의 힘이 컸다. 밀레니얼 세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회에 진출해 고용 감소로 인한 취업난, 일자리 질 저하, 희망 부재 등에 시달렸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의 동학개미 현상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자 20~30대 개인이 직접 주식 투자에 나섰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 1분기 국내 20~30대 개인의 주식계좌 수는 1년 전보다 무려 50%가 늘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 등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청년 개미들은 주식 매매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됐다. 비대면 주식 플랫폼 활성화도 정보기술(IT)에 능통한 밀레니얼 세대가 온라인 주식 거래를 시작하기 좋은 조건이었다.

 

동학개미·로빈후더·신부추… 진화한 개인 투자자

밀레니얼 개인 투자자의 급증은 한국뿐이 아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 세계 수많은 청년 개미들이 처음으로 주식 시장에 진입하는 글로벌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부추(菜·주차이)’라고 부른다. 개인 투자자 비중이 전체 증시 참여자의 99%를 상회할 만큼 수적으로 기관 투자자들을 압도하지만, 윗부분을 잘라내도 다시 자라는 부추처럼 기관과 외국인을 따라 투자한 후 손실을 보고도 다시 증시로 뛰어드는 형태를 빗댄 자조적인 표현이다.

수쥐바오 통계에 따르면, 중국 개인 투자자들은 40세 이하가 80%를 넘을 만큼 밀레니얼 세대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최근 강세장 조짐에 중국에서도 20대 증시 참여 열풍이 더욱더 거세게 불고 있다. 중국 최대 증권사인 중신증권은 이달 신규 계좌 개설 고객이 전달보다 30% 넘게 증가했으며 주 고객은 90년대생이라고 밝혔다. 중국 매체는 최근의 젊은 투자자들을 ‘신부추(新菜)’라고 부른다. 기존의 ‘부추’와 달리 높은 학습 열기를 바탕으로 이성적이고 자기 주도적인 투자 성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기관이나 외국인을 따라 추종매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올해 등장한 청년 개미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이들은 유튜브를 통해 매매법과 기술적 분석을 배우고 SNS를 이용해 빠르고 광범위하게 정보를 수집한 후 이를 공유한다. 이들의 ‘집단 지성’이 대형 기관의 매매 추이와 상반된 투자를 실행하면 ‘허츠’의 경우처럼 기존 증시 질서가 흔들리는 일도 발생한다.

지난 5월 22일 미국 렌터카 회사 허츠가 파산 보호를 신청한 뒤 허츠의 주가는 0.44달러까지 폭락했다. 월가의 많은 투자자가 큰 손실을 보고 주식을 처분하는 동안, 미국의 개인 투자자들은 허츠의 주식을 사들였다. 무료 주식 거래 애플리케이션(앱)인 로빈후드를 통해 허츠 주식을 사들인 사람만 9만6,000명에 달했고, 허츠의 주가는 지난 6월 8일 115% 급등해 주당 5.53달러까지 올랐다. 파산을 신청한 직후 주가의 6배가 상승한 것이다.

로빈후드는 수수료를 없애 미국 젊은 층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밀레니얼 세대의 투자 열풍을 주도한 앱이다. 지난 5월 말 기준 1,300만 명이 넘는 ‘로빈후더’의 평균 연령은 31세에 불과하며 절반가량이 이 앱을 통해 주식 거래를 처음 시작했다.

미국의 로빈후더는 올해 주식시장의 급등세를 이끌며 새로운 증시 주도 세력으로 부상했다는 평가까지 받는다. 나스닥의 1만 선 돌파를 이끈 마이크로소프트·애플 등의 기술주는 어릴 때부터 애플 아이폰으로 구글 검색을 하고 아마존에서 온라인 쇼핑을 하며 자란 로빈후더가 선호하는 ‘밀레니얼 주식’이다.

출처: 로빈후드 홈페이지
출처: 로빈후드 홈페이지

고위험 집중 매수로 증시 변동성 커져

새롭게 시장에 진입한 청년 개미 중 많은 수가 지난 3월 코로나19 쇼크로 주가가 폭락한 이후 2~3배 정도 수익을 올렸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로빈후드 투자자의 수익률이 헤지펀드 매니저 등 전문투자자를 뛰어넘는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로빈후더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들이 주로 거래하는 주식들을 추적하는 로빈트랙같은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적극적이고 과감한 투자 양상을 젊을수록 자신의 감과 결단력에 따른 투자를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하지만, 주가 대폭락을 경험하지 못한 이들 세대의 특징으로 보기도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경험한 기존의 주식 투자자들이 팬데믹이 유발한 폭락을 공포로 받아들인 것과 달리 밀레니얼 신규 투자자들은 지난 10년간의 상승장에서 찾기 힘들었던 인생 저점의 매수 기회로 본 것이다.

여기에 고위험·고수익을 좇는 청년 개미의 특성상 투기적 수요가 시장 왜곡을 발생시킨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4월 동학개미의 최다 순매수 종목은 하루 수십 %씩 오르내리던 원유 레버리지 상장지수증권(ETN)이나 특정 지수 추종 인버스(기초자산의 움직임을 정반대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금융투자 상품)였다.

미국 로빈후더들의 위험 선호 경향은 무모해 보일 정도다. 허츠뿐만이 아니라 역시 지난 5월 파산을 신청한 백화점 체인 JC페니의 주식도 로빈후더들의 매수로 폭등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파산법 11조 신청은 주식 소각으로 이어지는 과정”이라며 이들의 위험한 투자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

일반적으로 개인 투자자는 거래하는 자금도 적고 투자 경험과 시간적 여유도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신규 투자자일수록 위험이 잘 분산된 포트폴리오에 ‘방어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고 조언하지만, 올해 증시에 입성한 청년 개미들은 특정 종목 매수에 집중하며 짧은 기간에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성향이 짙다. 이런 움직임이 증시 변동성을 키우면서 기업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하는 일도 흔하게 벌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카카오, 네이버, 엔씨소프트 등 언택트 기업들과 SK바이오팜,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바이오 기업들의 주가가 최근 급등했다. 해외에서는 테슬라와 니콜라에 투자한 사람들이 소위 ‘대박’이 났다.

출처: Pixabay
출처: Pixabay

저성장 속 ‘마지막 기회’ 될까... ‘빚투’ 우려도

우리나라의 경우, 천정부지로 오르는 부동산 가격에 근로소득만으로 내 집 마련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청년 개미들이 인생 역전을 꿈꾸며 이번 장에 뛰어들어 증시 활황을 더욱 부추겼다는 분석이 많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젊은 층의 투자수요가 비트코인, 부동산 갭투자, 주식시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신규 투자자들의 ‘빚투(빚을 낸 투자)’ 성향도 우려를 키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국내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3조 5,681억 원으로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청년 개미들이 투자가 아닌 투기 즉 도박을 하고 있다며 걱정하고 있다. 수익을 올리는 데에만 골몰한 나머지 투자 실패에 대한 주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폭등하는 종목은 당연히 잠깐 사이 폭락할 수도 있다. ‘당연히 오른다’는 믿음이 팬데믹 대폭락에서 v자 반등을 일궈냈지만, 영원히 오르기만 하는 장은 없다. 특히 금융 위기나 하락장을 경험해보지 못한 신규 밀레니엄 투자자들의 경우, 소수 종목에 집중된 투자를 하다가 갑작스러운 경기 침체나 특정 종목의 급락을 맞으면 패닉에 빠져 주식 시장에서 대규모 이탈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과거에도 급등락 장세를 틈탄 개인 투자자의 증시 열풍은 있었다. 하지만 올해처럼 전 세계에서 젊은 개인 투자자들의 영향력이 확대되며 주식 시장을 주도하는 한 축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적은 없다. 코로나19에도 ‘비이성적 과열’ 양상을 보이는 글로벌 증시의 거품이 꺼질 때, 전 세계 주식 시장의 흐름이 앞으로 어떻게 이어질지 청년 개미들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도시경제=정민아 기자] jeong@citydail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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