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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권익위 결정 없이 대한한공 소유 '송현동 부지'를 공원으로 조성?
서울시, 권익위 결정 없이 대한한공 소유 '송현동 부지'를 공원으로 조성?
  • 염현주 기자
  • 승인 2020.10.21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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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협 권한대행, “23년째 수풀만 우거진 땅, 시민에게 온전히 돌려줄 것”
삼청동, 인사동 등 관광명소와 가까워∙∙∙관광자원으로써 가치 높아
일부 전문가∙시민, 공원조성 소식 반색 불구 “개발 여부 아직 확실하지 않아”
민간기업 상대로 한 지자체의 ‘갑질’ 논란

[도시경제] 서울시가 대한항공 소유의 종로구 송현동 부지를 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입장은 변함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20일 열린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송현동 부지는 23년째 수풀만 우거진 땅으로 방치돼 있다”며 “시민들에게 온전히 돌려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앞서 두 차례 개발계획이 있었지만 고도제한 지구로 묶여 있고 학교 정화구역으로 현행 제도상 개발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하며 “이 땅을 시민들에게 온전히 돌려주고 위치의 역사성이나 전통성을 살린 문화공원으로 개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항공 소유의 종로구 송현동 부지는 3만 7,141m²(약 1만 2,000평)에 이르는 대규모 미개발지다. 서울광장의 3배 크기다. 동쪽으로 경복궁과 국립민속박물관이, 서쪽으로 조금만 걸어간다면 창덕궁과 창경궁이 있다. 인근에는 삼청동, 인사동 등 서울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도 자리한다. 현재 길이 760m 높이의 담장이 둘러싸고 있어 23년 간 폐허로 방치돼 왔다.

현재 대한항공 소유의 송현동 부지가 산업계를 비롯한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다.

대한항공 소유의 송현동 부지. (출처: 구글어스 화면 갈무리)
대한항공 소유의 송현동 부지. (출처: 구글어스 화면 갈무리)

◇ ‘송현동 부지’의 역사

대한항공이 소유한 송현동 부지는 역사적으로 가치를 높게 평가받는 곳 중 하나다. 조선이 건국되면서 왕실이 소유했으며 조선 후기 세도정치 시기에는 안동 김씨 가문의 저택이 세워졌다. 일제강점기 때는 친일파 윤덕영∙윤택영 형제와 조선식산은행(1918년 산업기관에 자금을 대출할 목적으로 설립된 특수은행)이 소유하기도 했다. 광복 후 미군정에 귀속돼 옛 미국대사관 직원 사택지로 활용되기도 했다.

민간에 공개된 것은 1990년에 들어서다. 2006년 삼성생명이 박물관을 지을 목적으로 송현동 부지를 매입했으나 2008년 대한항공이 7성급 한옥호텔을 지을 목적으로 2,900억 원에 매입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대한항공에 송현동 부지를 넘긴 이유로 “규제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송현동 부지는 제1종 일반주거지역이다. 따라서 용적률 150%, 건폐율 60% 이하에 16m(아파트 약 5층) 고도제한을 받는다.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4층 이하의 주택과 유치원, 초∙중∙고등학교만 설립할 수 있다. 특히 서울시 전체가 대공방어협조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건축허가를 받으려면 서울시장과 국방부장관이 협의해 부지 개발이 군사 작전에 부담을 주지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창조융합벨트 추진계획」과 2016년 「경제활성화 법」의 일환으로 건축허가가 떨어질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결국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무산됐고 지난해 2월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를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2월에는 이사회 의결을 거쳐 경쟁 입찰을 통한 공개 매각을 시작했다.

이후 서울시가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를 공원화하기 위한 사전 절차에 본격 돌입했다. 지난 5월 서울시는 도시∙건축공동위원회(이하 도건위)를 열어 송현동 부지를 공원화하는 방안을 논의했고 올해 문화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북촌 지구단위계획 내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해당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바꾸는 내용을 담았다.

당시 서울시는 “3,000명 이상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송현동 부지를 ‘공공에서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며 “’소나무 언덕’이라는 뜻에 맞춰 공원을 조성해야 한다는 답변이 압도적이었다”며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시의 공원조성 소식에 일부 전문가들은 일단 긍정적인 반응이다. 최은영 도시경제연구소장은 “서울 내 공원이 다른 나라에 비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하며 “뉴욕의 센트럴 파크, 런던의 하이드 파크, 시드니 보타닉 가든 등 서울을 대표할 공원이 생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도 “경복궁, 삼청동 등 주변 경관과 어울리게 개발한다면 코로나19 이후 관광자원으로 무궁무진한 곳”이라고 말했다.

시민들도 공원조성에 대해 반색했다. 직장인 김영재 씨는 “경복궁역 근처 회사를 다니는데 송현동 부지를 지나다닐 때마다 높은 담 너머가 무척 궁금했다”며 “역사문화공원으로 조성된다면 업무 중 잠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출처: 대한항공
출처: 대한항공

◇ 민간기업 상대로 한 지자체의 ‘갑질’ 논란

일각에서는 서울시의 송현동 부지 매입을 두고 “민간기업을 상대로 한 갑질”이라며 논란을 두고 있다. 애초 코로나19 등으로 자금난을 해소하려던 대한항공의 계획도 틀어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업계는 송현동 부지의 가치를 5,000억 원대로 내다봤으며 대한항공은 이보다 더 높은 6,000억 원 수준으로 추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서울시는 지난 6월 「도시관리계획(북촌지구단위계획) 결정(변경)안 열람공고」를 게재하면서 “「예비타당성 수행 총괄지침」에 따라 보상비를 약 4,670억 원으로 상정했다”고 밝혔다. 매각 대금도 2022년까지 분할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대한항공은 이후 국민권익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했다. 지난 8월 시는 “4,670억 원보다 높은 금액으로 구입하고 ‘3자 매입’으로 연내 매각대금을 일괄 지급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입장을 바꾸면서 일단 한 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3자 후보로 거론되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변창흠 사장은 “아직 서울시와 합의한 바 없고 공문으로 권고를 받았다”며 “서울에서 적정한 택지사업이 필요하고 토지 비축 기능이 있기 때문에 송현동 부지를 매입해 토지교환을 통해 다른 부지와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용식 교수는 “코로나19로 경영위기에 놓인 대한항공의 약점을 지자체가 이용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임원들의 임금을 반납하고 직원이 순환 휴업을 하고 있는 대한항공은 서울시의 제안을 절대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종로구는 지난해 「36,642㎡ 시민 품으로, 송현 숲∙문화공원 조성 2차 토론회」를 개최했다. 구는 지난 2010년부터 민간 소유의 송현동 부지를 정부와 시에서 매입하여 시민들에게 돌려줄 것을 제안해 왔다. (출처: 종로구청)
종로구는 지난해 「36,642㎡ 시민 품으로, 송현 숲∙문화공원 조성 2차 토론회」를 개최했다. 구는 지난 2010년부터 민간 소유의 송현동 부지를 정부와 시에서 매입하여 시민들에게 돌려줄 것을 제안해 왔다. (출처: 종로구청)

◇ 사실상 공원 조성 확정∙∙∙“정당한 보상 따라야 할 것”

일각에서는 민간기업의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이 제기됐다. 도건위가 지난 7일 「북촌 지구단위계획 결정 변경안」을 수정 가결하면서 공원 조성 방안이 가시화됐다.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고시를 유보하기는 했지만 형식적인 절차여서 사실상 공원 조성이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논란의 핵심은 송현동 부지가 아직까지는 대한항공의 소유라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헌법 제23조 1항에 따라 사유재산권을 보장하고 있다. 또 3항에서는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 사용, 제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다시 말해 권익위의 최종 결정이 아직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인∙허가권을 가진 서울시의 개발계획 발표는 선을 넘었다는 것이다.

한편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은 정치권에서도 뜨겁다.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열린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 등 민간기업의 땅을 강제로 공원화하겠다는 것은 엄연히 사유재산 침해”라고 지적했다.

여당도 마찬가지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원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4조 제3호」에 따라 공적 취득 및 사용이 가능하다”며 “설령 공적 목적이 있더라도 사유재산권을 수용할 때는 상당한 이유와 조건이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권익위 중재 아래 대한항공 측과 함께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며 “여러 매입방식과 가격 문제도 감정가격으로 공정하게 지불해 조만간 좋은 합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도시경제=염현주 기자] yhj@citydail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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