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긱 경제(Gig Economy)를 돌아보다
긱 경제(Gig Economy)를 돌아보다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0.02.24 2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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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우버(Uber)와 영국의 딜리버루(deliveroo)가 주도한 새로운 시장
긱 경제 규모 커지면서 시장 내 갈등도 사실상 점화
플랫폼 종사자의 고용 안정성을 실현될 수 있을까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긱(Gig)은 연주를 뜻하는 단어다. 긱 경제는 본래 임시 연주자를 섭외하는 미국의 재즈 문화에서 유래됐지만, 오늘날 긱 경제는 O2O플랫폼을 기반으로 가상의 실재와 현실에서 동시에 이뤄진다는 특성이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도시경제] 긱 경제(Gig Economy)와 임시 섭외 

지난 10년 간 꾸준히 성장한 글로벌 긱 경제 시장은 새로운 노동 트렌드가 됐다. 본래 긱 경제는 기업이 근로자를 필요한 시점에만 고용하는 형태를 뜻하는 말로 그 유래는 무려 100년 전인 미국의 19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 재즈 클럽을 운영하던 주인 또는 공연 기획자는 재즈 연주자와의 정규 계약을 회피하기 위해 공연이 있는 날에만 연주자를 섭외했는데 노사간 임시적이고 자유로운 계약 관계가 긱 경제의 시초다.  

현재의 긱 경제와 과거의 임시 섭외 계약의 큰 차이점은 디지털의 개입이다. 2010년을 기점으로 스마트폰이 기하급수적 확산∙보급되면서 ICT 기술 기반의 시장 창출이 가능하게 됐다. 이 시장을 공략하는 플랫폼의 가장 큰 공통점은 고객들의 수요를 충족시키면서 노동력에 대한 수요도 같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반대로 말하면, 고객이 생기면 새로운 고용 가치를 창출하는 효과를 낳는다. 이 때문에 플랫폼은 중간 다리에서 즉흥적으로 생성되는 임시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생겼고 이러한 기준에 맞춰 노동력을 공급하는 플랫폼 노동자가 생겨났다. 이들이 상호작용하면서 형성된 거대한 판이 이른바 '긱 경제'가 떠오른 배경이다. 

 

태생이 운송업... 긱 경제 주도한 두 스타트업 

긱 경제가 성장하면서 노동의 우버화(Uberization)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전 세계 450개 이상의 도시에서 택시 시장을 뒤흔들었던 우버(Uber)가 그만큼 디지털 긱 경제 확산에 대한 기여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2009년 서비스를 시작한 우버는 일찍이 미국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쉽고 편하게 돈 벌 수 있는 수단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는데 그 이유는 뚜렷한 듯하다. 우버의 고용 방식은 전통적인 것과는 달리 시간과 장소에 대한 제약이 없고 근무 이행에 대한 강제성도 없었다. 해당 업종에서 자유로운 근무방식을 원하는 성향의 근로자였다면 우버는 안성맞춤인 셈이었다. 

영국의 배달 스타트업 딜리버루는 긱 경제를 창출한 대표적인 선두주자로 여겨진다. (출처: deliveroo)

영국판 배달의 민족인 딜리버루(deliveroo)도 이 분야의 대표 사례 중 하나다. 전직 헤지펀드 애널리스트 출신이었던 윌리엄 슈(William Shu)가 ‘테스코에서 음식을 사야하는 자신의 비참한 저녁’을 없애고자 2013년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사업 초기 배달 대행 인력을 찾을 수 없어서 슈는 자신이 자전거를 타고 직접 런던 시내를 달리는 라이더 1호가 되기도 했지만 이듬해 6월 처음으로 275만 달러의 투자액을 조달했다. 영국 브라이튼에서 첫 정식 사업을 시작으로 딜리버루는 2015년 파리와 베를린에 진출했고, 미식가의 도시인 파리에서 소위 ‘대박’을 쳤다. 우버는 창업 6년 만에, 딜리버루는 창업 4년만에 각각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이 됐다.   

우버와 딜리버루의 몸집은 2020년 기준 훨씬 더 커졌다. 이 두 스타트업의 작동 방식은 같으면서도 차이가 있다. 플랫폼 종사자가 서비스의 대가로 수익을 취하는 방식에서는 같지만 우버는 차량 호출자와 운전 기사가 플랫폼을 매개로 소통하는 방식이라면, 딜리버루는 주문이 플랫폼에 등록되면 해당 플랫폼에 프로필을 등록한 노동 인력이 업무를 대행하는 연결 과정 안에 조금 더 복잡하고 치열한 프로세스가 수반된다. 한 가지 변함없는 사실은 이 두 업종은 긱 경제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2018년 마스터 카드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긱 경제 규모는 2,000억 달러(한화 약 243조 6,200억 원)에 달하는 데 여기서 58%가 사람이든 물건이든 싣고 나르는 운송 및 물류의 영역이었다. 

우버는 배달 대행 서비스인 우버이츠(Ubereats)도 내놨다. (출처: 우버 인스타그램, Uber Instagram)
우버의 음식 배달 대행 서비스인 우버이츠(UberEats). 미국 배달대행시장의 주요 업체다. (출처: 우버 인스타그램, Uber Instagram)

이처럼 배달업과 운송 서비스는 태생적인 특징으로 여전히 긱 경제의 가장 큰 파이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상업적 디지털 플랫폼의 성공 사례가 국내에서도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게 됐다. 애초에 수요가 없었던 게 아니라 공급이 기존 수요의 간극을 메워주지 못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 틈새 시장을 적절히 파고든 디지털 플랫폼이 발달하면서 지난 몇 년간 국내 긱 경제 규모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배달과 운송 영역에서는 배달의 민족 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같이 앱을 내세우는 기업들이 있는가 하면, 이륜차를 중심의 배달 대행 전문 스타트업인 O2O 플랫폼 바로고(barogo)도 대표적인 긱 경제를 기반으로 성장을 가속했다.   

운송과 배달업에서 성공 사례가 검증되자 다른 업종에서도 이러한 상업적 플랫폼이 빠르게 확산 도입하는 중이다. 이미 시장에는 재택 간병인, 아이 돌보미, 가사 도우미, 결혼식 사진사, 산책 도우미 등 상업적 플랫폼이 자리잡게 됐다. 

배달업과 운송업은 디지털 긱 경제의 시초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고용 인력을 차지하는 영역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노동의 최신판, 긱 경제 창시자들의 취약한 재무구조 VS 사회적 책임    


마스터 카드에 따르면 긱 경제의 소비자 공급자간 거래가 2023년까지 4,550억 달러 규모로 2018년보다 500%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긱 경제가 창출한 고용 가치에도 긱 경제의 주체가 되는 상업적 플랫폼에 대한 사회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일각에서는 유연한 근로 여건과 자율성 등 근로자의 장점이 부각됐던 상업적 디지털 플랫폼의 사실상 고용 노동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다고 비판한다. 플랫폼 종사자는 정규직이 아닌 독립 계약자 또는 자영업자의 신분이다. 우버의 차량 호출 서비스를 풀타임으로 뛰는 기사라 할지언정 우버 직원은 아니라는 얘기다. 문제는 플랫폼 종사자의 성실성 근속 연수, 경력 등 축적하는 근로 성과가 전혀 무의미하다는 사실이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과 판교 지역을 기반으로 배민커넥트 활동을 하는 김 모씨(29)는 “저 같은 경우에는 2차 수입원으로 배민커넥트를 하고 있다. 배민커넥트는 배달 경험과 오토바이가 없어도 근거리의 소비자에게 음식을 배달하고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여건이 맞을 때 확인해보고 자전거나 공유 킥보드를 이용하는 데 얽매이지 않고 시간 날 때 하면되서 상당히 만족스럽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배달원인 배민라이더스와 김 씨와 같이 ‘N잡러’의 입장에서 수익 활동을 하는 배민커넥트의 갈등은 긱 경제의 취약한 부분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출처: 도시경제)
(출처: 도시경제)

디지털 플랫폼은 기업 가치 대비 수익 구조가 상당히 취약한 편이다. 최근 일부 미국 대형 음식배달 플랫폼이 합병이나 상장에 나서는 것도 이러한 재무구조 개선의 취지가 내재한다. 더 강도 높은 비판은 투자자에 대한 화살로 쏠리기도 한다. 기업 가치를 키운 실질 노동자의 노력에 대한 대가가 스타트업에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돌아간다는 건 얼마 전 독일의 배달 스타트업 딜리버리히어로에 배달의 민족이 40억 원에 매각 딜을 합의 봤던 사례 이후 제기됐던 비판론이었다.    

노동수급이 디지털로 이뤄진다는 건 구인 구직 활동의 효율성 증대를 필수적으로 야기한다. 일반 근로자보다 높은 수준의 자율성을 가지는 플랫폼 노동자는 전업인 부류보다는 부업인 부류가 근로 여건과 소득 보완적인 측면에서만 가져가는 이점이 훨씬 클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에는 선도적인 일부 디지털 플랫폼이 긱경제와 긱노동이라는 신규 시장을 확대해서 이로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것은 분명하지만 전통적인 고용 시장에까지 일으킨 파괴적 혁신은 수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혁신도 균형을 벗어날 수는 없나보다. 사회적 책임에 기반한 공정한 계약 관행이 필요한 현실이 됐다. 

 

[도시경제=고수아 기자] citydaily@citydail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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